✒️ 문장상🧩 구성상
제1회 “AI 시대의 인간” · 수필
시대의 살롱, CMDS
HESSI · 🖋 사람 단독
나는 그의 통보가 즐겁다. 원주집 정리를 앞두고 "실컷 놀자!"라는 나의 제안에 요한은 태극, 준, 상현과 함께 방문하겠다고 했다. 늘 영등포 CMDS 사무실에서 연구하던 네 남자는 모두 검은색과 회색계열의 옷을 입고, 똑같은 리드볼트 캐리어에 스페이스 블랙 맥북프로를 들고 원주집으로 들어섰다. 서로 다른 것이라곤 들고 술의 종류 뿐이라니.
배경만 바뀌었지 하는 일은 변함이 없다. 예상은 했지만 저녁 6시쯤부터 시작된 AI도구, 개발, 작업, 교육에 대한 이야기는 멈추질 않는다. 20대 남자 셋과 곧 마흔인 남자 한 명의 체력은 역시 따라갈 수 없어, 12시 쯤 지쳐서 방으로 들어왔다. 에너지를 다한 나는 방에서 잘 준비를 하고 누웠는데, 아래 층은 여전히 이야기로 열띤 상태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들리지 않는다. 조각난 단어들이 문을 건너온다. 이야기를 할 때는 잔잔한 진동이 느껴지다가, 웃을 때는 집이 흔들거릴 정도로 호탕히 울린다.
어떻게 하면 AI를 잘 사용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만난지 20시간째 되는 즘에 글을 쓰자고 한다. AI 백일장, 재미난 주제다.
_글쓰기 하네스를 검증하기 위해 자신들의 스킬을, 하네스를 깎고 깎고 또 만든다._(이부분은 내가 하네스와 스킬에 대한 이해가 좀 모자라 기술일 수 있겠지만) 장인정신이다. 타닥타닥 거리는 소리들은 새 시대 제련장의 두드림, 도예가의 물레 소리, 목수의 끌소리만 같다. 말을 걸기 조심스러울 정도로 모두가 각자의 모니터와 씨름한다.
나보고도 이 주제로 글을 쓰라는데, 기술자들 사이에서 나만 가이드 프롬프트가 없다. 그럼에도 나의 가이드가 있다면 <나의 언어와 목소리로 쓰기>로 밀고 나가겠다. 나의 관찰을, 생이 주는 군더더기를 넣기. 원래 문학은 군더더기가 아닌가. "세상의 군더더기처럼 이런 생이 왔다 갑니다." 혹은 "이런 생들 제자리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냈습니다" 를 담아내는 것 말이다.
나의 역할은 좋은 군더더기를 남기는 것임을 확신한다. 오늘 지나간 네 남자의 하루가, 어떤 의미로 자라날지 어떤 이야기의 단초가 될지 모를 단서이기에 글로 남겨 놓는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떤 시대에 태어나고 싶나요?"
라는 질문에 나는 늘 1930년대에 살아보고 싶다고 말한다.
조선민의 설움 속에서 피어난 독립의 시대정신, 1950년 상처와 가난 속에서 피어난 회복의 시대정신, 1970년부터의 민주화의 시대정신. 각 시대를 살아낸 치열한 지성인들의 이야기들을 옆에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2023년부터 AI가 화두다. 요한을 통해 만난 사람들은 이것으로 글을 쓰는 일, 작 업방법의 정교화, 그리고 인간으로써 어떻게 도구를 바라보고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 질문들에 치열하게 고심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사람과 도구를 면밀히 바라본다. 그리고 건넨다. 너도 이걸로 이렇게 살아볼래?
남자 넷의 이야기와 작업현장을 가만히 바라보자니, 시대 속에 내가 있구나 싶다. 한 시대의 내러티브를 남기고 의미를 구축하기 시작하면 그곳이 살롱이 아닌가. 1930년대의 종로가, 1940년대의 성북동이, 1950년대의 대구포차가, 1960년대의 종로 신문사들이 그랬듯, 난 CMDS가 2050년쯤 사람들이 부러워할 2020년대의 구인회와 청록파가 되길 바란다. 문화사의 한 주소로. 그런 측면에서 나는 2026년 영등포에서 일어나는 그들만의 문예활동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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